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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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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중에서카테고리 없음 2023. 12. 26. 16:23
그날 밤부터 나는 하기노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되었다. 놀란 것은 내가 이카긴네 하숙방을 비우자 바로 다음 날 나와 교대하듯 알랑쇠가 태연한 얼굴로 내가 쓰던 방을 차지한 사실이다. 만만치 않은 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세상은 온통 사기꾼들뿐으로 서로 속고 속이며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싫어졌다. 세상이 이런 곳이라면 나도 지지 않고 남들처럼 속이지 않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소매치기한 돈까지 가로채야 세끼밥 을 먹고 살 수 있다면,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그렇다고 팔팔하게 건강한 몸으로 목을 맨다면 조상님 볼 면목이 없는 데 다 소문이라도 나면 난처하다. 생각해보니 물리학교 같은 데를 들어가 수학 같은 쓸모없는 재주를 배우기보다 그 6백엔을 밑천으로 우유보급소라도 시작했..